가을하늘, 이 하늘보다 더 높고, 맑은 하늘이 또 있을까!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백두대간 종주 5차산행 참가자 28명을 태운 버스는 조침령  아래 '나무꾼과 선녀 민박집'에 도착했다.  "아 춥다!" 대원들의 첫 말이다.

4차 산행 종착역에서 저녁식사를 했던 바로 그 집, 나무꾼과선녀 가게는 우리 일행을 맞기 위해 벌써 아침 식사를 준비를 마쳤다. 주인 아주머니는 다시 보게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들도 새벽 잠 못 잤을 것인데.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일행은 강원도 된장찌게와 황태 해장국으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주인 아저씨는 연신 고생한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6시간동안 밤새 차안에서 달려왔지만, 일행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강원도는 이미 올해 김장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가게 뒷뜰에는 한기가 느껴졌고, 산에는 벌써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밤 하늘에는 정말 깨알 같은 수 많은 별들이 금새라도 쏟아 부을 듯 매달려 있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행은 접속구간을 거쳐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했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새벽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했다. 모두가 대오를 생각하며 앞 사람의 흔적을 밟으며 22km의 대장정에 올랐다. 6시 30분. 먼 산 언저리 사이로 동해의 태양이 기운을 품었다. 장관이다. 티끌 하나 없이 환하게 쏟아 올라온 동해의 뜨거운 태양은 이내 추위를 가시게 했다.

8월 15일 이후 약 2개월만에 시작된 이번 산행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강원도 오색단풍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늘 산행의 최고 봉우리는 갈전곡봉이다. 각 자의 배낭에는 한가득 희망과 도전이 있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화이팅!을 함께 외칠 때, 이미 우리는 너와 내가 아닌 하나가 되었다. 상하도 없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사랑' 그 자체다.

선두는 후미 상황을 수시로 체크했다. 여지없이 기다려주는 미덕도 잊지 않는다. 후미는 후미 나름대로 선두에 함께 하기 위해 걸음보다 빠른 마음으로 전진한다. 강원도 단풍은 아직 절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햇볕에 잘 드리워진 성질 겁한 나무들은 어느새 오색 그 자체를 뽐내며 시선을 끌었다. 창원에서 아직 맛보지 못한 바스락 거리는 낙엽 사이를 힘차게 전진했다. 

크고 작은 능선을 넘고 돌고, 돌고 넘었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새 찬 바람은 온 몸의 땀을 앗아가 버린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산이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리는 준비해 간 점심을 가볍게 들었다. 다 함께 먹는 식사 시간은 기쁨 그 자체다. 종주팀에서 준비해 온 음식과  각 자가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함께 나누어 먹었다. 서로에게 권할 때에는 역시 산은 어진 사람들의 장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전곡봉에서 우리는 단체 촬영을 마쳤다. "S&T 백두대간 화이팅!" 누가 뭐라고 해도 산이 있어 산이 좋아 가는 사람들의 외침이다. 내 삶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산 길을 걷다보니 북진을 하는 산악인들과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아끼지 않는다. 저들도 우리처럼 산이 좋아 산에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각 자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산은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다.

조침령에서 구룡령까지 예정된 12시간 산행은 참가자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약 10시간만에 끝이났다. 모두의 승리요 기쁨이었다. 구룡령 정상에서 맛본 옥수수 막걸리 한잔이 온 몸의 피로를 가시게 해 주었다. 오뎅맛도 일품이었다.

내게 더 큰 영광이 있다면, 다음 번 산행에도 꼭 참가하는 것이다. 백두대간 산행은 산행 이상의 진한 감동과 전율이 있다. 그 기쁨을 S&T 가족 모두가 함께 느낄 그 날을 기대한다.